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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의 아파트

메스꺼운 그의 머리 속에 칩을 연결한 채, 수면 속으로 그는 사라졌다. 그는 사라지기를 원했던 건 아니다. 세상과의
작별을 할 때에, 그는 그의 머리 속에 칩을 연결했다. 더는 살고자 한 의지가 없던 건, 그는 아니었다. 내가 그가 곤히
잠든 채로, 허공을 응시하는 그의 눈에서, 슬프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는 눈물을 볼 때. 그것은 
마치 냉각수처럼, 또는
그의 몸뚱아리에 염도를 높이는 정도로 내가 바라볼 때에. 차가워지는, 또는 그에게서 
인간의 향기를 그리워하던 시절
마저 떠나보내는 그런 때에, 내가 본 창가는 흩어지는 그의 눈물이 크고 작은 비누방울처럼 
허공으로 증발하는 듯한
허무함을 자극했다. 나의 허무함은 무엇으로 구성된건가?

그의 희박한 생존가능성. 그의 머리 속에 연결된 칩을 빼낼 수 없는 나의 무능력함. 무지에 가까운 나의 정체성. 아무도
찾지 않는 그의 낡은 아파트. 눈을 감은 그의 목소리. 어둠은 빛으로 소멸되고.

나는 이젠 누구를 향해 다음의 나의 선로를 항해해야하나. 그 모든 비장한 목소리 뒤에는 
그늘진 비애를 쫓아야 하나.
그럼 나는 나의 슬픔과 우울을 가릴 아름다운 목소리를 자아내야지. 그 모든 공상 속에서, 
나의 이기심이란, 그의
말라비틀어가는 생명체에 흠뻑 빠지지 못하는, 그 장면이 선사하는 나의 외로움으로 나는 
점점 매몰되는 순간을 일컬은다.

이 순간을 도려낼 감정도 사라지고,
느낄 수 있는 건 없는 무지함이 증폭한다.

나에게 느껴지는 소름과, 비장한 인간에 대한 기억.
  그의 까랑까랑한 목소리. 애정을 줄 수 없는 그 인간에 대한 나의 증오.
그에게, 그의 머리 속으로 연결된 모든 그에 대한 가치관.
           소음이 없는 공간에 들리는      어떤 소음.
             먼지처럼 흩날리는 감정들과,         그라는 인간이 남기는 것들.

현대식 ‘자살’이란,  타살과 같다.
            나의 가치관을 헌납하고,      새롭게 재탄생되며.
                              끝임없는 목소리를 번복하는 것.

매트의 아파트에 없는   매트는, 그의 몸뚱아리를 일으켜세운다.
모든 순간은 하나의 동작으로 완성되고, 소멸한다.
그 마지막 하나의 상실감을 만들기 위해,  그 많은 시간동안,
    많은 일들을 만들어 낸다.
    이젠 들을 일 없는 ‘그의 소음’을 그리워하지 않는 나에 대한
    혐오와 그런 불편함을 감수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는
    또 다른 혐오와, 그에 대해 하나의 슬픔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또 하나의 혐오와 공존한다.

    그의 몸뚱아리에 남을   수 많은 염분들을 생각하며,
    그의 눈물이 끝나지 않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에 대해 내가 느낄 수 있는 건 없다.
               이제는 하나의 짐덩어리를 잃어버린 기분일 것이다.
   
   소음 곁에 공존하는 소음들과.
  침묵 곁에 공존하는 침묵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이.   사라져가는 ‘매튜’라는 기억들과.
       그 없이 평온을 찾아가는     자질구레한 그의 아파트에서.

이제 그는 죽음과 삶을 공존하며,
나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목격자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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